본사에서 사오는 가격, 세관이 '특수관계라 낮다'고 봅니다 — 2026년 1월부터 ACVA 결정물품은 관세조사에서 '과세가격 분야 제외'. 심사 1년·유효 3년·가산세 면제·잠정가격신고까지, 해외 모회사에서 수입하는 화주 실무 총정리


해외 모회사나 계열사에서 물품을 들여오는 수입기업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이야기입니다. 인보이스 금액 그대로 신고했는데, 세관에서 "특수관계자 간 거래이니 가격결정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옵니다. 잘못한 것이 없어도 자료를 모으고 소명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고, 결과에 따라 몇 년 치가 한꺼번에 추징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리스크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관세법은 "가격을 신고하기 전에 미리 세관과 합의해 두는"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특수관계 과세가격 사전심사, 흔히 ACVA라고 부르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2026년부터 이 제도의 값어치가 한 단계 올라갔습니다.
세관은 왜 '본사에서 산 가격'을 그대로 믿지 않을까
관세 과세가격의 원칙은 실제로 지급했거나 지급할 가격, 즉 거래가격입니다. 다만 관세법은 거래가격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따로 두고 있고, 그중 하나가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가격은 그룹의 이전가격 정책에 따라 정해집니다. 세관이 보기에 이 가격은 시장에서 협상으로 만들어진 가격이 아니라 그룹 내부에서 정한 숫자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따라옵니다.
동종·동질 물품을 제3자에게 파는 가격과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가
연말에 이전가격 조정(TP adjustment)으로 가격을 소급해서 바꾸고 있지는 않은가
본사에 따로 지급하는 로열티·경영자문료·기술료가 사실상 물품 대금은 아닌가
무상으로 제공한 금형·부품·설계용역 등 가산요소가 신고에서 빠지지 않았는가
특히 마지막 두 가지는 실제 추징으로 가장 많이 이어지는 대목입니다. 회계상으로는 별개의 계약이지만, 관세평가에서는 "수입물품과 관련해 판매자에게 간접적으로 귀속되는 금액"으로 보아 과세가격에 더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6년부터 달라진 것 — ACVA 결정물품은 관세조사에서 과세가격이 빠집니다
예전에는 ACVA 결정을 받아 두어도 안심하기 어려웠습니다. 관세조사가 나오면 법령이나 거래관계가 바뀌었는지, 고의적인 누락이나 허위 기재는 없었는지, 결정된 방법대로 신고했는지를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2026년 1월 1일부터는 ACVA 결정을 받은 물품에 대해 관세조사 시 과세가격 분야를 제외하도록 정리되었습니다.
여기에 같은 해부터 관세조사 사전통지 기간도 15일에서 20일로 늘었습니다. 준비할 시간을 더 주겠다는 취지이지만, 뒤집어 보면 그만큼 조사 준비 자료를 충실히 요구하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과세가격은 관세조사에서 가장 다투기 어렵고 금액이 큰 영역인데, 그 영역을 통째로 사전에 정리해 둘 수 있게 된 셈입니다.
ACVA는 어떻게 진행될까 — 6단계와 걸리는 시간

ACVA는 세관이 일방적으로 판정하는 제도가 아니라, 수입자와 과세당국이 협의해 과세가격 결정방법을 미리 합의하는 제도입니다. 신청자격은 한국에 있는 수입업체가 특수관계에 있는 해외 수출업체로부터 물품을 지속적으로 수입하는 경우입니다.
사전상담 — 신청 전에 쟁점과 자료 범위를 미리 협의할 수 있습니다. 생략해도 되지만, 자료 준비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신청 — 이전가격 정책 또는 이전가격보고서, 계약서 등 가격결정방법의 근거자료를 제출합니다.
심사 — 심사기간은 1년입니다. 쟁점이 제한적인 경우 이용하는 간이 사전심사는 6개월입니다. 참고로 특수관계가 아닌 일반 물품의 사전심사는 30일입니다.
결과 통보 — 신청인이 결과에 동의할지 여부를 표시합니다.
사전심사서 교부 — 유효기간은 3년이며, 2년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습니다.
연례보고서 제출 — 결정된 방법대로 신고하고 있는지 매년 보고합니다. 사후관리가 따라붙는 제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심사에서 무엇을 판단받을지는 신청인이 고를 수 있습니다.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신청한 과세가격 결정방법(제1~6방법)이 타당한지, 가산·공제요소에 해당하는지, 과세가격이 적정한지, 그리고 국세청 APA 승인이나 신청 내역을 관세 과세가격 결정방법으로 인정할지 등입니다.
ACVA 결정을 받으면 실제로 달라지는 5가지

관세조사에서 과세가격 분야 제외 — 2026년부터 적용됩니다. 신청 시점부터 승인 시점까지도 해당 과세가격에 대한 관세조사가 유예되고, 승인 후에는 3년간 신고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인정받습니다.
가산세 면제 — 결과 통보일부터 2개월 이내에 통보된 방법대로 수정신고하면 부족세액의 10%에 해당하는 신고불성실 가산세가 면제됩니다.
과세가격결정자료 제출 생략 — 결정을 받은 물품은 통관 때마다 가격결정자료를 다시 내지 않아도 됩니다.
잠정가격신고와 전자통관심사 — 신청 시점부터 잠정가격신고를 이용할 수 있고, ACVA 결정에 따른 잠정가격신고에는 전자통관심사가 허용되어 통관이 빨라집니다.
관세와 국세의 사전조정 — 관세청 ACVA와 국세청 APA를 동시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전가격과 관세 과세가격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흔들리는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연말 이전가격 조정이 잦은 기업이라면 마지막 두 가지가 특히 의미 있습니다. 사후보상조정을 전제로 한 잠정가격신고는 관세법 시행규칙상 ACVA 또는 APA 승인업체일 것을 요건으로 하고, 해당 거래 수입신고 1개월 전까지 가격조정계획서와 산출방법 설명자료, 승인서, 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 등을 세관장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승인이 없으면 이 길 자체가 막혀 있습니다.
그래도 부담은 있습니다 — 신청 전에 따져볼 것
심사에 1년이 걸립니다. 당장 다음 달 통관 건을 해결하는 수단은 아닙니다. 급한 불은 잠정가격신고나 보정·수정신고로 먼저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전가격 자료를 세관에 상당 수준까지 공개해야 합니다. 국세청 APA와 논리가 어긋나 있으면 그 차이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연례보고서 제출 의무가 생깁니다. 결정받은 방법과 실제 신고가 어긋나면 제도의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거래구조나 제품군이 자주 바뀌는 회사라면 유효기간 3년 안에 전제가 깨질 수 있습니다. 신청 범위를 어디까지 잡을지가 관건입니다.
정리하면 ACVA는 "수입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고, 모회사와의 거래구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기업"에게 효율이 좋은 제도입니다. 반대로 단발성 수입이나 소액 거래라면 일반 사전심사나 잠정가격신고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수관계 수입 화주가 지금 확인할 체크리스트
수입신고서의 특수관계 여부 항목이 실제 지분·거래관계와 일치하게 기재되어 있는가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기술료·경영자문료 중 수입물품과 관련된 금액이 과세가격에 반영되어 있는가
본사에 무상으로 받은 금형·부품·설계용역·상표권 등 가산요소가 누락되어 있지 않은가
연말 이전가격 조정으로 가격을 소급 변경한 이력이 있는가, 있다면 관세 측 정산은 어떻게 처리했는가
국세청 APA를 받았거나 신청 중이라면, 그 방법론이 관세 과세가격 결정방법과 충돌하지 않는가
최근 5년간 수입 건에 대해 보정·수정신고로 정리해 둘 사안이 남아 있는가
여섯 번째 항목이 중요합니다. 관세는 신고납부일부터 5년 안에 경정과 추징이 모두 가능한 세목입니다. ACVA로 앞을 막아 두더라도 지나간 5년은 그대로 남습니다. 사전심사 신청과 과거 건 정리를 같이 설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리
특수관계자 간 수입가격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문제가 없다는 점을 미리 합의해 두는 편이 훨씬 저렴합니다. 2026년부터 ACVA 결정물품이 관세조사의 과세가격 분야에서 빠지면서, 이 제도는 세금을 줄이는 수단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을 사는 수단으로 성격이 분명해졌습니다.
해외 모회사·계열사에서 물품을 들여오고 계시고 가격결정 자료 요구를 받아 보신 적이 있다면, 신청 여부를 떠나 우리 회사가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스카이 관세법인은 특수관계 거래 구조 진단, 가산요소 검토, ACVA 신청 대리와 연례보고서 관리까지 함께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담당 · 정예린 관세사
전화 010-6340-8247
이메일 yljeong@skycustoms.co.kr
스카이 관세법인 (서울 본사) ·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62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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